새마을을 떠나면서 

저는 오늘 보람과 아쉬움을 모두 지니고 이 자리를 떠납니다. 보람이란 1년 반 동안 나름대로 새마을에 몸과 마음을 바친 것이고, 아쉬움은 임기를 많이 남기고 물러나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저의 진퇴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의 자존감과 새마을의 안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쯤에서 물러나는 것이 맞다는 판단을 스스로 한 것입니다. 헤밍웨이도 <노인과 바다>에서 인간의 자존감과 인내심이 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원동력이라 했지요. 오늘 잃는 것은 다시 회복할 수 있지만, 자존감을 잃는다면 제 자신을 잃게 됩니다.

세상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실제 역사를 지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합리적 시도가 얼마든지 무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합리적이고 올바른 시도가 길게 본다면 틀림없이 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제가 떠난다고 섭섭해하지 마십시오. 저처럼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르게, 두려움 없이 세상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인생에 대해 다양하게 경험하고, 고민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였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새마을은 이미 과거가 되었습니다. 과거는 신(神) 조차 바꿀 수 없다고 하지요. 그러나 미래는 새마을지도자들과 직원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여러분은 새마을을 더 아름답게 꾸밀 수 있고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오늘 이렇게 조기에 사임을 하는 것은,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쉬운 길만 선택하는 것은 비겁하고 천박합니다. 저도 가끔 누구를 비판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지요. 그러나 비판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타인을 비난하는 바로 그와 똑같은 짓을 저 스스로 저지르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새마을은 이웃을 위한 봉사뿐만 아니라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의식 변화에도 앞장섭니다. 이것이 새마을지도자들의 영혼입니다. 새마을 사무처 모든 직원들은 이 영혼이 무엇인지를 국민들에게 알려야, 새마을이 진정한 국민운동으로 평가받고 승화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먼저 ‘새마을 인문학’의 정립을 제안합니다. 인문학은 사람에 대한 학문인데, 그것이 추구하는 가치는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의 실천입니다. 인문학은 책상머리 이론이 아닙니다. ‘지금, 여기서’ 우리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새마을의 가치와 일치하지요. 그래서 ‘새마을 인문학’은 새마을 영혼의 설명서가 될 것입니다. 부족하지만 지금까지 새마을지도자들께 강조한 것을 다시 정리해서 올해 안에 책으로 펴내어 새마을지도자들과 사무처 직원들께 헌정하겠습니다.

다음으로 또 하나의 부탁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대학새마을동아리를 적극적으로 육성해 주십시오. 지속가능한 새마을을 위해서는 미래세대의 참여가 필수적이며, 그들이 새마을에 대한 소명을 가져야 생명력이 있습니다.

앞으로 새마을을 떠나 있으면서도 우리 사회의 더 품격 있고 의미 있는 문화를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새마을을 지속적으로 사랑하면서, ‘새마을운동은 대한민국의 자부심이다’라는 구호를 자주 외치겠습니다.

영화 <물망초>의 주제곡에 “나를 잊지 말아요. 내 삶은 당신과 이어져 있어요”라는 노랫말이 나오지요. 다시 바꿔 얘기하면 “나를 잊지 말아요. 내 삶은 새마을과 이어져 있어요”

혹시 저의 말이나 업무방침으로 상처를 입은 분이 계시면 용서하세요. 저의 부족함입니다.

그동안 수고했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2022년 9월 8일     

                                                      염홍철 드림

 

                                           

저작권자 © 대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